햇살기행
춘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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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8 00:52
햇살펜션에서 보낸 비오는날의 여행
무드라고는 젬병인 남편과 같이 살면서
아들의 군입대를 앞두고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햇살펜션을 예약하기전 햇살사이트에 적혀진 프로그램도 읽어 보고 여행후기에 적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읽어 보았기에 약간은 흥분된 기대감으로 출발~
아~ 그런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네요.
추슬거리며 내리던 비가 이젠 본격적인 기세로 내릴 것 같은 분위기..
나는 속으로 어렵사리 이루어진 여행이 잡쳤다라고 생각하고
약간 심통이 났는데 남매는 마냥 좋은지 재잘대고..
에라~~
나도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펜션에 도착
짐을 정리하고 난 뒤 바베이큐장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차를 마시면서 펜션주인한테 낙지잡이에 대해서 물었더니
마침 오늘밤 물이 썰물이라나 그래서 우리는 자정까지 기다렸다가 낙지잡이 체험을 하기로 하고
남편이랑 애들과 함께 바다로 나갔지요.
하나님도 우리편이셨는지 비는 오다가 말았네요.
조심조심..
바위 주위에서.. 미끌거리는 갯펄에서.. 바닷물에서..
놀고있는 낙지가 보이네요. 정말 신기했죠
어떤 낙지녀석은 물이 빠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뿅뿅튀어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여지없이 펜션주인아저씨 손에 포획되네요. (주인아저씨 대동하고 나가야 포인트를 잘 알 수 있음)
비닐봉투에 남편이 잡은 7곱마리 낙지중에 아이들이 신기해 하면서 서로 밀치고 당기다가 두마리는
다시 바다로 도망 가버리고 주인아저씨가 우리에게 선물한 3마리.
합해서 8마리를 비니루봉투에 바닷물을 넣어서 살려두었지요.
다음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겸 점심을 먹고 바깥으로 나가 바닷가 전망대까지
산책을 하고 오는데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만났지요.
그래서 우리는 비를 피해 펜션 앞마당을 비껴서 만들어진 바베이큐장으로 들어 갔어요.
술이나 한잔 할까? 하는 남편의 말에
어젯밤 살려놓은 낙지를 다져서 참기름과 소금에 버무려 소주한잔.. 그리고 또 한잔..
비는 오지요. 최고의 안주로 마시는 소주. 그리고 스피커에서 잔잔하게 울려나오는 올드세대들의 음악..
이런 끝내주는 분위기를 어디서 만끽 할 수 있겠어요.
무드엔 젬병인 남편도 약간은 센티멘탈한 표정을 보이고 술이란 녀석의 마력을 빌어서
"사랑해 여보, 그동안 고생많았지 담부턴 종종 이렇게 여행을 다녀야겠어" 라고 말하면서
내손을 꼭 잡아 주네요~
소주에 취한건지.. 최고의 안주에 취한건지.. 남편의 말에 취한건지..
다 큰 아들과 딸은 어설픈 아빠의 표현에 박수를 날리고..
우리는 즉석에서 하룻밤 더 잘 것을 결정하고
그날 오후엔 갯펄에서 바지락을 캐고 충분히 바닷물에서 해금을 시킨 뒤
담날 아침 훌륭한 바지락해장국으로 해장을 하고 여행지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난 참 행복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