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아버지의 허풍

메모리 0 2,719 2011.11.14 20:22
우리 가족은 5남매..
오는 11월 16일 아버지가 온전히 칠순이 되시는 날인데 평일이라 형제가 모이는데 어려움이 있기에 뒤로 밀쳐서  챙겨드리기  보다는 앞당겨서 모든 형제가 축하해 드리고자 하는 의견들이 지배적으로 많았기에 11월 12일 토요일로 날을 잡았습니다.

친정이든 시댁이든 대소사가 있으면 내가 항상 선두에서 지휘를 해대야 하는 상황...
(이것도 팔자인 모양입니다. ㅎㅎ)

요즘처럼 편한고 쉬운 것 만을 고집하는 세상에서 어느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우리집에서 잔치를 하자라고 하는
형제간은 아무도 없고 비용은 좀 들더라도 어느 조용한 펜션을 하나 선택해서 가족여행 그것도 대가족여행을 하자라는 의견이 모아져서 내가 앞장서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알아서 결정하면 결정하는 대로 반대 없이 따르기로 하였답니다.

펜션을 정하는 기준에서 가장 먼저 형제들이 모이기 쉬운 장소를 택해야 하는 어려움과 펜션비용이 관건이였지요.
여기저기 인터넷에서 펜션서핑을 하던 도중 보성펜션에서 햇살펜션과 함께 여타 펜션들이 나타났습니다.

여자들의 꼼꼼하고 까탈스런 관점에서 요모저모 살피고 또 살피고.. (이러기를 한참)
펜션임대비용에 이벤트 등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누리고 올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하고 궁리를 하다가 남편에게 물었죠.
내가 펼쳐놓은 사이트를 이리저리 훓어 보던 남편 왈..
"앗싸! 이거좋네~" 하는 거예요.
산낙지에 동서들이랑 소주마시면 좋은데 뭐 다른 펜션 볼 것도 없다고. 햇살펜션으로 결정해라고. 강력하게 밀어부치네요.ㅎ
그래서 내가 비용을 거론해서 안되겠다고 했더니..
남편 하는 말이 "이사람아!! 1~2만원 2~3만원 더 받을 만 하니까 더 받지 괜히 암것도 없으면서 돈만 더 받것냐 요즘 소비자들이 얼마나 현명하고 똑똑한데 머리에 총맞을라고" 하면서
더 볼것도 없다고 오히려 나보다 더 설쳐대네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햇살펜션으로 우리 대가족의 모임이 결정 되었답니다.

펜션에 도착했을 때..
키가 작은 아저씨가 나타가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이 바로 펜션지기 사장님이셨습니다. 약간은 어눌한 .. 그렇지만  친절모드로 우리를 반겨 주었답니다.
식구가 많다 보니 방 한개 두개로는 안되고 세개방을 예약했었지요. 각기 흩어져서 짐을 풀고 바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간 음식을 펼쳐 부모님과 함께 고기랑 구워먹고 오늘 낙지잡이 시간은 새벽 2시라고 사장님이 말해서 우리는
저녁 후 부모님도 기쁘게 해드리고 아이들도 함께 즐기기 위한 불꽃놀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소개해 주신 노래방엘 다녀오니 딱 낙지잡이 시간이 되었답니다.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세상에나..~
나는 우리만 낙지를 잡을줄 알았는데.. 다른 방 손님들도 하나같이 잠을 안자고 버티고 있었네요..
갑자기 경쟁의식과 함께 욕심이 빛을 발하네요.. ㅎㅎ

사장님의 진두지휘아래 우리들은 낙지잡이 무장을 하고 회중전등을 비추고 바다로 갔습니다.
(펜션과 낙지잡는 장소는 밀접해 있더군요.)
물이 빠지고 서서히 드러난 갯펄에는 구멍이 송송 나 있는데 물에서 헤엄치고 다니는 낙지를 잡는 사람
갯펄에서 미처 구멍으로 못들어간 게으른 낙지를 잡는 사람 여기 저기서 난리가 났답니다.
낙지들이 아마 놀라고 혼이 빠져서 우리같이 어수룩한 사람손에도 낙지가 들어오지 않았나 싶네요.. ㅎㅎ

우리가족 모두가 합해서 한 20마리 정도 잡았을까..  한마리 두마리 하고 세다가도 옆에서 웃기는 바람에 까르르.. 웃고 나면
몇마리를 세었는지 잊어버리고.. 정말 잊을 수 없는 한밤의 추억이였답니다.

그런데 담날 아침 일찍 우리 아버지가 혼자서 낙지를 20마리나 잡아 오셨다는 거예요.. 세상에 오마이 갓!!
이럴수가 있을까요.. 근데 낙지에 뻘이 하나도 묻지 않고 깨끗한 낙지였어요.. 우리 남편이 눈치를 채고 아버님 이거 어디서
사가지고 오셨어요? 라고 대뜸 물으니까 우리 아버지가 허허.. 하고 멋쩍은 웃음을 날리시더니 여기서 보면 저쪽 선창 마을
낙지잡이 배에서 사오셨다고 이실직고를 하시네요.. ㅎㅎ 우리 모두는 아침부터 깔깔거리고 아버지의 허풍에 웃었답니다.

어쨌거나 아침은 연포탕과 낚지볶음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리가 우리가족들의 파티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가족 촬영을 하려고 요트쪽으로 가고 있는데..
펜션사장님이 저희 가족들 사진까지 서비스해 주시네요. ^^ 감사합니다. ^^*
사실은 펜션사장님이 사진에 일가견이 있는 분으로 작가협회에 적을 두고 있는 사진작가라고 합니다.
(유명하신 분이 우리가족 사진까지 서비스 해주시다니 남편의 일방적인 밀어부침에 새삼 고마움을 느낍니다.)
사장님 사진 이쁘게 해서 보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특히 저를요... 불혹이지만 아직은 이쁘게 보이고 싶어요^^ 방긋~~

이렇게 해서 우리가족의 대행사가 마감 되었네요.
사장님 감사합니다. 약간의 번거로움은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런게 사람사는 재미 아니겠어요?
담에는 우리가족만 단촐하게 가서 무슨 바다어장체험인가를 해보고 싶네요..
배타고 나가 바로 잡아 가지고 온 생선을 즉석에서 사시미와 함께 매운탕을 해먹는 체험을 꼭 경험하고 싶거든요..
생각만 해도 재밌어요. 아~~ 얼마나 쥑이는 맛일까... ㅎㅎ
더불어 펜션 내부도 깔끔하고 정갈스러워  이번 우리가족 파티가 더욱 빛이 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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